나의 이야기

냉장고와 전자레인지~안녕

눈님* 2021. 12. 30. 01:01

사람에게 수명이 있듯이 가전제품에도 수명이 있다.

천성적으로 태어난 체질에 자기 관리에 따라 수명에 차이가 있듯이 가전 역시 그러하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냉장고에서 한 번씩 벌레 울음소리 같은 음이 들렸다. 어딘지 귀를 가져가 대어도 모르겠고 금세 조용해졌다. 그러기를 몇 날 지나니 뜨륵뜨륵 소리가 한 번씩 났다.

음식물이 너무 많아 선반과 용기들이 부딪치나 싶어서 다시 정리를 해보았다.

그래도 소리는 났고 더 자주 더 오랫동안 뜨르륵 거리니 신경이 쓰였다.

고장인가 봐.

벌써?

서비스센터를 검색하려다가 쇼핑몰로 들어가서 냉장고 모델들을 보기도 하고 냉장고에 관한 궁금증들의 글을 검색해 보았다.

냉장고의 수명을 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짧다. 10~12년 정도

기능이 많아서 그렇다는데 공감은 가지만......

지난번 제네럴 냉장고는 홈바와 얼음 정수기가 있었는데도 25년을 사용했는데 요즘은 국산이 세계 최고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냉장고 모델명과 출고 일자를 확인하니 15년이 지났다.

그럼 수명이 다했다는 거네.

출장비 낭비 말고 새로 구입하자.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서 어두워졌는데도 하이마트로 갔다.

백화점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고 눈으로 제품 확인이 되니까 좋은 점이 있다.

주부들을 위한 소소한 곳까지 세심한 배려를 한 제품들을 보니 역시 신제품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영업사원의 설명이 그럴듯하다.

고급 제품 그냥 가져가고 10년 동안 적금식으로 월 XXX씩 내면 10년 후에 목돈을 내어준다는 것이다.

하이마트, ㅇㅇ은행, ㅇㅇ카드, ㅇㅇ상조와 함께 제휴해서 판매하는데 상조에 1~계좌를 가입하면 좋고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니 소액 모아 목돈 만드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냉장고 공짜로 쓰고 목돈 받으면 하나뿐인 손녀에게 증여해 주면 되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즉석 카드를 만들고 계약서를 쓰기 전에 색상을 의논하기 위해서 딸에게 전화했다.

사실을 얘기했더니 직원을 바꿔달라고 했다.

한참 통화를 한 후 엄마가 생각하는 것 하고 차이가 나고 10년이란 기간 신경 쓰인다며 그냥 나오라고 한다.

이미 결정을 했는데 딸의 말에 거절을 못해서 화도 나고 직원에게 미안하고 배도 고프고..

 

딸이 신형이 아니고 1년이 지난 모델을 싼 값에 사주었다.

배달이 조금 늦긴 했지만 너무 마음에 들었다.

신형이랑 눈에 보이는 차이도 별로 없는데 금액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나리야 고마워, 엄마가 신중하지 못했네. "

"우리 딸 아니면 어쩔 뻔했어, 너 생각하며 잘 쓸게 "

선전할 때 모델처럼 한눈에 보이게 정리를 했더니 너무 좋아 실없이 계속 열어보며 만족스러워한다.

 

며칠 지나지 않아 전자레인지가 지직~소리가 났다.

20년이 훨씬 넘게 썬 제품이니 무조건 교체하자.

급하면 딸이다.

사용 용도를 묻길래 오븐을 겸하는 게 좋겠다고 했더니 전에 보았던 모델을 카톡으로 보내주어서 쉽게 마련했다.

짧은 기간 동시에 새것으로 교체가 되니 부엌의 새로운 느낌이 좋다.

그런데 내가 살아있는 동안 다시 또 바꾸는 일이 있을까 잠시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에는 또 무엇이 고장 날까요?" 새로운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 남편에게 물었더니

"사람도 고장 날 때가 되지 않았나."

기분 좋아서 웃자고 한 말에 여유 없이 내 던지는 남편의 말,

맞는 말이지만 아직은 공감하기가 싫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