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 사위
아침에 잠이 깨었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오늘은 쉰세대님이 블방에 나오실까?
사진으로만 뵌 분이지만 아주 오랜 인연이 맺어진 것 같은 친근함과 기댈 수 있는 넉넉한 마음, 삶의 용기, 인품을 고루 갖추신 분이라 하나라도 배우고 따르고 싶은 분이다.
열정적으로 블로그 활동을 하시는데 벌써 열흘이 넘도록 소식이 감감하다.
연세도 있지만 코로나가 재 확산되니 별 나쁜 생각까지 들어서 계속 들락날락 애만 태웠다.
휴대폰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장모님!
사위 소리다.
웬일이지?
내일 대구 공연이 있어서 준비차 오늘 내려가니 점심때 식사하자는 것이다.
바쁜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잠시 시간 낼 수 있다니 그냥 고맙다.
딸에게 전화해서 점심때 만날 것이라고 했더니 뜻밖의 얘기를 들러준다.
대구 내려가도 바쁘면 장인, 장모님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만약에 우리 원이가 시집가서 사위가 그러면 얼마나 섭섭하겠냐며 잠시라도 만나 식사 대접만이라도 하겠다고 했단다.
그 말을 네가 한 것이 아니고 남편이 했다고?
확인까지 하면서 딸과 사위도 나이가 들고 자식 키워가면서 철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당연한 일인데도 기뻤다.
아니야 너무 예뻐서 우리가 맛있는 거 사주어야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리야 옷은 어떻게 입고 나가면 좋을까?"
"혼자 계시는 너의 시어머님 생각하면 수수하게 입고 나가야 할 것 같은데."
"아니에요. 멋있게 입고 나가세요."
"자식들은 부모님이 멋있게 하고 다니는 걸 좋아해요."
포근하던 날씨가 겨울답게 추워지고 심한 바람에 마지막 뒹굴던 거리의 낙엽들이 흙먼지와 섞여 회오리를 만든다.
약속시간 엄수는 누구에게나 지켜져야 하지만 젊은 사람들과는 더 신경 써야 한다며 미리 내려가서 기다렸다.
시간 단축을 위해 가까운 곳 식당까지 알아두었다.
꼬막 전문점.
꼬막찜밖에 먹어보지 않았는데 여긴 참 다양하다.
꼬막 구이, 꼬막 전, 간장 꼬막장, 꼬막 무침, 꼬막 찜, 꼬막 미역국~~
조리에 따라 꼬막의 다른 맛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
음식 맛이 있고 젓갈이 다양하고 가지 수가 많으면 이 집 사장님은 전라도 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도 그런 것 같다.
집에 들러 잠시 차 한 잔 하고 아쉽게 헤어졌는데 오늘은 예기치 않은 특별 보너스를 받았는 기분이다.
짧은 만남
긴 여운~
호두 까기 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