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지킴이 손녀.
언니가 이사를 하고 집들이를 마치면 조용할 줄 알았는데 소소한 일로 계속 바쁘다.
살아있다는, 아직은 내가 할 일이 많이 있어서 좋다는 생각으로 위로하며, 시간이 없어도 오늘은 일기장에 꼭 기록해두고 싶은 일이 있어서 만사를 제쳐두고 컴에 앉았다.
언제나 나에게 비타민 같은 딸이 오전에 전화가 왔다. 다른 때 같으면 점심 식사를 하면서 시간 활용을 하는데 오늘은 웬일이지? 하여튼 목소리만 들어도 반갑다.
며칠 통화를 못해서 쌓였던 일들을 수다로 늘어놓으니 끝이 없는데 손녀 얘기에 너무 감동을 받았다. 갑자기 보고 싶어 빠른 시일 내에 데리고 오라고 부탁했다.
"나리야, 우리 원이 너무 예쁘다."
"너무 귀여워, 어떡하면 좋아."
"내 맘에 꼭 들어."
"옆에 있다면 소나기 뽀뽀를 해주고 싶은데, "
"엄마, 물티슈로 닦지 마세요."
"보일러 켜지 마세요. 옷 더 입으면 돼요."
"크리스마스트리 불도 오래 켜지 마세요."
엄마를 따라다니며 귀찮을 정도로 잔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지구와 환경에 대해서 어린 나이에 맞추어 공부를 하였나 보다.
교육의 효과가 100% 나타난 예다.
작가 로버트 풀검은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고 했다.
그렇다.
어릴 적 좋은 생각이나 습관이 몸에 배면 평생을 간다. 그런 사람을 누구나 호감을 갖고 좋아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는 어른이 되어서 하려고 해도 잘 고쳐지지도 않고 비호감이 될 확률이 높다.
학교 교육뿐 아니라 가정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딸의 집에 가면 거슬리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한 번은 얘기해도 계속 잔소리하기는 신경이 쓰였다.
물티슈를 박스로 사서 웬만한 곳에는 편하게 쓰는데 너무 낭비하는 게 보였다.
환경을 생각해서 꼭 필요하지 않으면 쓰지 말라고 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여름에는 원이가 땀을 많이 흘린다는 이유로 24시간 에어컨을 틀어놓고 겨울이면 실내 온도를 너무 높여서 답답했다.
추워서 감기 드는 것보다 적당한 실내 온도에 환기를 잘해야 감기가 걸리지 않는다고 해도 실천을 하지 않아서 속상했다. 이런 걱정을 손녀가 해결을 해주니 얼마나 기특한지 생각만 해도 좋은 기분 상승이다.
원이는 할머니 스타일!
대구에 오면 재활용품 분리와 방법을 보여주어야겠다.
설거지하고 남은 물로 우유팩 씻고 음식물 묻은 비닐 씻어 말리기, 페트병이나 플라스틱 종이 떼고 압축해서 모으기, 박스는 테이프 떼고 접어서 버리기, 닭뼈, 굵은 생선뼈 말려서 버리기, 음식물은 최대한 물기 없이 버리기......
나름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자부심을 갖고 실천하는데 남편은 옆에서 답답한 모양이다.
"그렇게 꼼꼼하게 해도 수거할 때는 한꺼번에 섞어 실어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 실천할 것이다.
손녀가 오면 꽁냥꽁냥 환경 이야기를 할 것이고 우리는 지구를 지키는 용감한 지구 지킴이라며 하이파이브를 해야지.
야무진 딸과 어설픈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