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
한동안 너무 바쁘게 지내다가 갑자기 한가해지니 기분이 이상하다.
별일도 없지만 그냥 멍하게 시간을 보낸다.
사람을 맞을 준비는 힘은 들지만 기다림과 기대는 사람을 활력이 넘치게 하는 힘이 있다.
계단 걷는 운동도 꽤 오래 쉬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 이틀이 여러 날 되어버렸다.
오늘부터 시작해 볼까 생각하는데 남편이 수성못 걷고 오자고 한다. 대충 정리를 하고 점심을 먹고 나섰다.
저녁은 오면서 해결할 시간 계산을 했다.
수성못은 갈 때마다 흐뭇하다.
계절마다, 달마다 다른 옷을 입고 치장을 한다.
재래종 코스모스는 벌써 피어서 씨가 맺히고 꽃은 엉성하게 남아있었다.
지구 온난화로 개화가 빨랐나 보다.
못 둘레 반은 부드러운 흙을 덮어서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해놓았고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도 준비되어 있었다.
마침 분수대가 켜지는 시간이라 앉아서 구경을 하는데 장관이다. 거대한 물줄기가 높이 뻗어 오르기도 하고 꽃 모양, 둥근 모양,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데 다양한 모양이 아름다웠다.
하늘은 순수하게 맑고 구름은 왜 또 이렇게 눈물이 나도록 아름답냐.
죽음을 맞이할 때도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제일 안타까울 것 같다.
많이 담아 두자.
팔뚝보다 더 굵은 잉어도 보인다.
긴 유모차에 어린 아기와 강아지를 태우고 젊은 부부가 산책을 하고 있었다.
얘들은 왜 또 이렇게 귀엽냐.
오래전에 키웠던 포메라니안이 눈에 아린다.
부부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림같이 예쁜 얘들도 한 컷 찰칵!
오는 길에 집 근처 오래된 맛집에서 남편은 청국장 나는 추어탕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한 끼 해결은 나에게는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