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수성못

눈님* 2021. 9. 27. 01:09

한동안 너무 바쁘게 지내다가 갑자기 한가해지니 기분이 이상하다.

별일도 없지만 그냥 멍하게 시간을 보낸다.

사람을 맞을 준비는 힘은 들지만 기다림과 기대는 사람을 활력이 넘치게 하는 힘이 있다.

계단 걷는 운동도 꽤 오래 쉬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 이틀이 여러 날 되어버렸다.

오늘부터 시작해 볼까 생각하는데 남편이 수성못 걷고 오자고 한다. 대충 정리를 하고 점심을 먹고 나섰다.

저녁은 오면서 해결할 시간 계산을 했다.

 

수성못은 갈 때마다 흐뭇하다.

계절마다, 달마다 다른 옷을 입고 치장을 한다.

재래종 코스모스는 벌써 피어서 씨가 맺히고 꽃은 엉성하게 남아있었다.

지구 온난화로 개화가 빨랐나 보다.

못 둘레 반은 부드러운 흙을 덮어서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해놓았고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도 준비되어 있었다. 

마침 분수대가 켜지는 시간이라 앉아서 구경을 하는데 장관이다.  거대한 물줄기가 높이 뻗어 오르기도 하고 꽃 모양, 둥근 모양,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데 다양한 모양이 아름다웠다.

하늘은 순수하게 맑고 구름은 왜 또 이렇게 눈물이 나도록 아름답냐.

죽음을 맞이할 때도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제일 안타까울 것 같다.

많이 담아 두자.

팔뚝보다 더 굵은 잉어도 보인다.

긴 유모차에 어린 아기와 강아지를 태우고 젊은 부부가 산책을 하고 있었다.

얘들은 왜 또 이렇게 귀엽냐.

오래전에 키웠던 포메라니안이 눈에 아린다.

부부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림같이 예쁜 얘들도 한 컷 찰칵!

오는 길에 집 근처 오래된 맛집에서 남편은 청국장 나는 추어탕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한 끼 해결은 나에게는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