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이런 일도~~
한 달여 전부터 마음만 바쁘고 걱정만 늘어졌다.
추석날에 아들, 딸 가족이 함께 모이자고 약속은 했지만 코로나가 더 기승을 부리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러 가지 나름대로 계획은 세워두었지만 무엇하나 진척되는 게 없다.
가장 머리가 아픈 게 언니의 이사가 예정대로 가기가 어려워질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새로 샀는 집을 수리해 놓고 벌써 1년을 넘게 비워두고 있다.
마음 약한 언니는 계약 기간 만료가 다가오는데도 상대방 사정만 들어주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지 못하니 성질 급한 나만 속을 끓이고 있다.
남편에게도 언니에게도 답답한 마음을 얘기할 수도 없으니......
"당신 요즘 일어설 때 소리를 내네. "
혈압약은 가족력이 있어 복용하지만 평소에 아프다는 소리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소리를 내니 이상했나 보다.
남편은 아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걸 전혀 의식을 못하는 것 같다.
70대 노인이 어쩌고~~~ 이런 말을 평소에 많이 했는데 내가 벌써 그 세대에 들어서기 직전이다.
우리가 지금 머리 염색을 하고 얼굴을 가꾸고 하니 젊다고 생각하지만 옛날 같았으면 고려장 당했을 나이다.
추석 준비를 하려고 하니 하나에서 열까지 내가 할 일밖에 없다.
잠을 잘 때는 어떻게 방 배치를 해야 하나? 거기에 따르는 이부자리는 어떤 게 어울릴까.
음식은 어떤 종류로 할까?
제사를 지내지 않으니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데 식성이 다르니 그것도 신경이 쓰인다.
남편과 아들 며느리는 심심한 맛, 나와 사위 딸은 강한 맛을 좋아한다. 손녀는 고기를 제일 좋아하는데 두부 오이 당근 햄 숙주나물을 주로 먹는다. 어린아이가 오이나 당근을 좋아하는 게 다행이고 신기하다.
꼼꼼하게 메모를 했지만 시장과 마트를 몇 번이나 다녀왔다.
평소에 손이 잘 가지 않고 방치해 둔 구석진 곳을 정리하고 이 기회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버렸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전혀 버릴 마음이 없고 도움도 되지 않고 화만 돋운다.
서로 마음이 맞지 않고 혼자서 너무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은근히 화가 난다.
이렇게 바쁠 때 삼시 세끼 중 한 끼라도 덜어주면 좋으련만 껌딱지처럼 집에서 맴돈다.
저녁에 bxx nxx 만나려 가니 혼자 식사하라고 한다.(굶지 말라는 말이다)
좋아!
컵라면이다.
한 끼는 간단히 해결했으니 기분이 좋아 자질구레한 일에 속도가 났다.
생각보다 남편이 일찍 들어왔는데 손에는 복어탕과 만두를 들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삐쳐있던 마음이 비굴할 정도로 좋아 난리가 났다.
만두 한 개만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맛이 있어서 두 개를 먹었다.
복어탕으로 내일 두 끼 식사는 해결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아 마음으로만 소나기 뽀뽀를 실컷 해주었다.
주부들이 식사 준비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다시 느껴진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