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꽃 욕심

눈님* 2021. 8. 25. 13:15

세상에 꽃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노인을 공경하는 사람을 보면 그냥 좋은 사람일 거라 추측하듯이 꽃을 가꾸고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착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길을 가다가도 꽃가게가 있으면 색색이 예쁜 꽃들에 눈이 머물고 무심코 피어난 들꽃을 보면 끈질긴 생명의 소중함에 마음이 머문다.

젊었을 적에는 마음이 우울하든지 화가 나면 불로동 꽃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수십 곳이 넘는 꽃집을 다니며 마음에 드는 화분을 하나 사면 거짓말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정원에는 철마다 피는 일년초를 부지런히 바꾸어 심으며 계절을 즐겼다.

가장 구석진 곳에는 노란 개나리를 심어서 화사하게, 안방에서 볼 수 있는 고목이 된 목련, 늘어진 목련의 가지를 꺾어서 멋있게 식탁을 꾸미던 일, 배나무 단감나무, 대추나무, 무화과 각각 한 그루, 크림색 장미로 아치를 만든 대문,

사방의 향나무 울타리를 앞 쪽만 뽑아버리고 야생 동백을 심었는데 겨울에 꽃을 피우니 4계절 꽃을 보며 살 수 있었다.

겨울이면 하얀 눈 위에 떨어져 누운 빨간 동백꽃을 바라보는 것~~~ 환희라 말하리라.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정원의 잔디를 깎고 꽃을 심고 즐기는 호강은 끝났다.

 

예식홀은 온통 꽃으로 장식이 되어있었다.

햇볕을 많이 받지 않고 속성으로 대량 재배한 꽃들은 향기가 별로 나지 않은 탓인지 군데군데 향이 짙은 야생화를 어우러지게 해 놓아서 은은한 향이 실내 분위기를 더 우아하게 했다. 

음식 맛보다 꽃 속에서 식사를 한다는 자체가 더 행복했다.

요즘은 예식이 끝나면 장식한 꽃을 가져간다는데, 계속 그 생각이 가득했다.

다행히 예식 도우미가 여러 개의 꽃다발을 만들어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고 했다. 

새아기가 한 다발을 가져와서 안겨주었다.

더 욕심이 났다.

사돈 앞에서 의연하지 못하고 체면이 구겨질까 마음을 억누르고 망설였지만 꽃 욕심을 누를 수는 없었다.

탐스러운 수국을 중심으로 한 다발씩 만들어 언니들께 드렸다. 나도 욕심껏 한 아름 챙겼다.

예전에 "진숙이는 다른 욕심은 없는데 옷 욕심은 많더라."라고 해서 언니들이 웃었는데 이제는 "꽃 욕심도 많더라."가 추가될 것 같다.

 

저녁에 도착 후 피곤함도 잊고 바로 꽃을 화병에 옮겼다. 

수반과 꽃병이 몇 개 있었는데 오래 사용하지 않아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작은 항아리, 물통, 컵, 술잔 등이 동원되었다.

방마다 꽃잔치가 벌어졌다.

꽃멀미가 난다.

언제 다시 이런 꽃 속에서 살겠냐고 좋아했더니 사랑하는 나의 딸이 "엄마, 그러면 기념으로 남겨요." 찰칵!

 

 

 

 

아파트 정원에 맥문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