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Small Wedding
20여 년 전부터 난 작은 결혼식을 선호했다.
사회가 변하면서 예식문화도 바뀌는데 지나친 허례허식으로 변하고 있다.
결혼식은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기로 약속하고 인생의 첫발은 딛는 정말로 소중한 예식이다.
가족, 친지나 벗들,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약속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상술에 따라 필요 이상의 격식과 과한 이벤트로 과소비를 부추기고 청첩장 남발이 고지서로 인식되어 주위 사람들에게도 부담을 주고 있다.
당사자들은 결혼식 올리기 전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지만 획일화된 형식에 따른 의미 없는 번거로움, 시간, 경비, 혼수 등 의견 충돌로 지치기도 하지만 도중에 파혼이 되는 일도 가끔 일어난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풍습이나 관례를 깨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팬데믹이 예식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혼기의 자녀를 둔 연령대의 집에서는 봄, 가을이면 청첩장이 쌓이고 가까운 형제, 자매나 친인척이 혼사가 있으면 꽤 부담이 되는 축의금이 지출된다. 받은 축의금은 부채가 되어서 경제활동이 끝난 후까지 오랜 기간 동안 되갚음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결혼식 하는 날이 좋다는 토, 일요일에는 예식장 근처 도로는 교통 흐름이 꼼짝도 않고 골목마다 아예 주차장이 되어버린다. 아내는 차에서 기다리고 남편은 축의금을 전하고 또 다른 예식장을 찾아가서 바쁘게 축의금을 전한다. 축하는 고사하고 식사도 못하고 교통지옥에서 투털 거리게 되는 경험을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스몰 웨딩 외에 또 하나 주장한 것은 청첩장을 인쇄할 때 은행 계좌번호도 의무적으로 적어 넣어야 된다고 했다. 사람들은 편리함과 실용성을 인정은 하지만 돈과 연관되는 일은 대체로 보수적이어서 먼저 총대를 메지 않으려고 한다.
나 같은 사람이 아무리 소리 질러보았자 사회는 바뀌지는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청첩장에 은행 계좌가 자연스럽게 인쇄되어 있어서 이제는 편리하게 이용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아들은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둘이서 모든 걸 준비하겠다는 의지는 단호했다. 나야 선호하지만 외국 생활을 오래 한 신부는 자연스러울지 몰라도 그녀 부모님의 마음은 서운하셨을 텐데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이 스몰 웨딩을 하는 걸로 결정했다.
호텔 예약, 실내 인테리어, 음악도 자신들의 취향에 맞추고 진행표도 꼼꼼히 준비했다.
하얀 꽃을 뿌리는 화동(조카)을 앞세우고 신랑 신부의 입장으로 예식은 시작되었다. 일반 예식장의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사회자 없이 신랑 신부 둘이서 진행하며 주례사 대신 신랑 아버지의 성혼 선언과 신부 아버지의 덕담으로 따뜻함을 더했다.
식이 끝난 후 여유로운 식사 시간이 좋았다. 사람이 많지 않아 인사를 주고받으며 얼굴을 익힐 수 있는 것도 양가의 어르신들의 마음에 드셨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짝짝이 찍을 수 있는 사진 촬영도 좋았다.
많은 하객들의 대접과 이목에 신경 쓰지 않아서 좋다.
오직 두 사람만을 위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많아서 좋은 Small Wedding
은지야 훈석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