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새 신발

눈님* 2021. 8. 3. 00:55

보고 또 보아도 마음에 쏙 든다.

몇 번을 신고 벗기를 반복해도 또 신고 싶다.

소파 아래에 이틀이나 모셔두고 눈길을 주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계속 이렇게 둘 수는 없어서 카메라에 담았다.

모전자전인가?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 일화가 생각난다.

학교에서는 운동화 가격이 5,000원이 넘는 신발은 신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모범 엄마와 아이들은 잘 지켰는데 아들이 꼭 신고 싶어 하는 운동화를 고심 끝에 사주었다.

너무 좋아하며 운동화를 신고 거실을 왔다 갔다 하다가 갑자기 밖으로 나갔는데, 잠시 후에 현관으로 들어와서는 안으로 들어오지를 않았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새 신발 벗기가 싫다고.

신발을 신은 채 몸은 거실에 엎드리고 발은 현관에 둔 채 한참을 그런 자세로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 그때 아들의 기분을 이해할 것 같다.

어머니, 아끼지 말고 편하게 막 신으세요. 그러면 또 사드릴게요.

소중한 나의 며느리가 될 아이는 생각, 말, 행동이 일치해서 신뢰가 가니 더 예쁘다.

 

결혼식을 앞두고 한번 더 다녀간다며 아들과 예비 며느리가 왔다.

코로나 재확산의 위험과 찜통더위도 비껴간 만남이었다.

세 번째 마주하는데 어쩜 10년을 함께한 것 같은 편안함과 넉넉한 마음으로 나눌 수 있는 대화는 내가 꿈꾸던 이상의 가족상(家族像)이었다.

건강하게 오래 같이 살아요.

에어컨 아끼지 말고 트세요.

떠나면서 차 유리를 내다보며 마지막까지 예쁜 말을 하고 떠났다.

눈꼬리 주름 깊이 지도록 웃음이 나고 모두에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