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달빛 창가

눈님* 2021. 7. 24. 15:05

코로나로 집에서만 머무는 시간이 많고 특별히 약속도 없다 보니 날짜 개념이 별로 없다.

낮에는 그냥 있어도 움직일 때마다 부분적인 풍경이나 사물을 보게 되지만 밤이면 더구나 자정이 넘으면 간혹 보이던 아파트 불빛도 보이지 않는다.

가끔 앞산 순환도로를 달리는 차의 불빛과 가로등 불이 보일 뿐이다.

늦게 잠드는 습관이 몸에 배어 새벽 1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창문으로 둥근달이 보였다.

오늘이 보름인가?

자주 보는 달이지만 침대에 누워서 달을 보면 또 다른 감성에 젖는다.

일어나 커튼을 벽으로 더 밀어서 창문이 가리지 않게 하고 누웠다.

흐르는 검은 구름이 달을 가지고 오만가지 짓궂은 장난을 치지만 달은 여전히 웃고 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

사람들은 어떨까?

누가 나에게 검은 상처를 준다면 나도 초연히 견딜 수 있을까?

자연에서 인생을 배우라던 말이 떠오른다.

무거운 생각 말고 그냥 둥근달을 즐기는 밤이길.

 

 

달빛 창가

 

달무리 흐르는 밤 사랑의 술래놀이

빛나는 눈동자는 영혼의 노예 되어

창포잠 풀어주는 손길에 감은 눈길

가루분 찔레향이 춤추는 달빛 창가

 

창포잠; 창포 뿌리를 깎아 붉게 물들여 만든 비녀

 

달무리 흐르는 강 작은 배 띄워놓고

빛 고은 무화과의 유혹은 밤 깊은데

창백한 얼굴 하나 거울에 보입니다

가을밤 귀뚜라미 창가에 또르르르

 

 

달의 뜨락

 

달무리 흐르는 밤 당신의 창문가에

의부의 작은 노래 들리는 밤입니다

뜨거운 열정 접고 달맞이 꽃이 되어

낙원의 언저리서 행복을 수놓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