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야곡
눈길이 닿는 곳곳마다 화사한 봄으로 눈이 부신다.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늘 처음인 듯 나오는 꽃과 잎이 새롭고 신비롭다.
실내에 들이지 않고 베란다에서 겨울을 보낸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우리 집 화분들도 봄맞이를 했다.
오래된 줄기나 덧자란 가지는 잘라내어 단정하게 봄옷으로 갈아입었다.
잘린 잎이나 가지들도 한 때는 자태를 뽐내었고 그들로 인해서 나도 행복했을 것이다.
그냥 버릴 수가 없어서 일부는 새롭게 살 수 있도록 다듬었다.
산세베리아 부겐베리아 장미허브 단풍나무 고무나무를 깊은 주석잔에 꽂고 물을 부었다.
보름쯤 지나 빨간 단풍잎이 말라서 떨어지고 몇 개는 꼬부라져 달려있어도 그냥 두었다.
장미허브 줄기 끝에는 새잎이 나오고 부겐베리아 줄기 끝에서 꽃봉오리가 맺히더니 분홍색의 포엽이 예쁘게 피어났다.
단풍나무에도 파릇파릇 새잎이 돋아나온다.
산세베리아의 줄기와 고무나무의 든든한 버팀목에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보니 세상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뒷베란다에 마련된 보조주방의 유리벽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북향이지만 간접 햇볕은 받을 수가 있어서 자라는 데는 괜찮을 것 같았다.
이곳은 전망이 너무 좋다.
전면 유리를 통하여 밝기도 하지만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날에는 멀리 팔공산 너머까지 겹겹이 산들을 볼 수가 있고 한 번도 같은 모양이 아닌 아름다운 구름을 보면서 음식을 만들 때는 노래가 저절로 나올 때가 많다.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아득한 먼 그곳
그리움도 흘러가라 파아란 싹이 트고
꽃들은 곱게 피어 날 오라 부르네
행복이 깃든 그곳에 그리움도 흘러가라~~~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이 가슴 깊이 불타는
영원한 나의 사랑 전할 곳 길은 멀어도
즐거움이 넘치는 나라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내 마음도 따라가라
그대를 만날 때까지 내 사랑도 흘러가라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는 더 낭만적이다.
깜깜한 밤에는 별도 보인다.
언제였던가?
비행기의 꼬리에서 내뿜는 하얀 연기가 파란 하늘에 하얀 하늘길을 만들고 있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정겨운 나의 공간에 소담한 화병 하나 놓았을 뿐인데 마음은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옮겨 놓은 것보다 더 흐뭇하다.
하루에도 수없이 사랑과 눈길을 주면 그는 나에게 행복을 준다.
저를 살려 주어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진숙 씨!
내 마음의 귀에는 그렇게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