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
닮았다.
웃는 모습이 닮았다.
통통한 볼이 닮았다.
뚝뚝 눈에서 꿀 떨어지는 모습이 닮았다.
나는 웃었다.
그냥 계속 웃었다.
우리의 첫 만남의 모습이다.
오래전 아들에게 어떤 여자 친구를 만나고 싶냐고 물었다.
키가 작고 귀여운 여자가 좋아요.
대화가 잘 되는 여자가 좋아요.
돌고 돌아 이제야 찾던 짝을 만났다는 확신이 든다. 거기에 학벌 좋고 똑똑한 여자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도 딱 맞춤이다.
오랜 외국 생활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염려했는데 전혀 아니다.
밝고 대화하는 모습에서 좋은 에너지가 넘친다.
늦게 만난 만큼 더 많이 사랑하고 위하고 행복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염려와 정성으로 준비한 저녁식사다. 아들이 부산에 인사를 갔을 때 부산 음식은 간이 짜고 양념이 강한 줄 알았는데 슴슴하고 깔끔했는데 우리 집도 간이 비슷하다고 했다. 많은 양을 맛있게 먹는 걸 보니 믿기로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하기도 하고 아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찍은 사진첩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예쁘다.
베란다에 숭어리 숭어리 탐스럽게 핀 부겐베리아를 안겨주듯 보여주었다.
은지 양이 올 때 곱게 피어있어서 너무 좋다고.
아쉬운 짧은 첫 만남에 긴 여운이 남는다.
우리 집 군고구마 맛을 본 사람은 모두 너무너무 맛있다고 한다.
팔뚝만 한 고구마를 은은한 불에 두 시간가량 구었더니 노란 진액이 흘러내리고 달콤한 향이 집안 가득하다.
갑자기 생각한 일이라 비닐봉지에 넣어서 곶감이랑 보냈다.
시골 할머니처럼 포장에는 신경 1도 안 쓰고 마음과 정성만 보낸 게 아닌가 걱정이 반이다.
좋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