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며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 ‘
내가 가장 젊었을 때 카드를 만들어 소중했던 사람들에게 보낼 때 즐겨 쓰던 구절이다.
봉투엔 크리스마스 실을 붙이면서 행복했던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올 해는 정말로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혼란의 늪으로 빠졌다.
역사나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무서운 역병이 바로 내 앞에서 벌어졌다.
인간 본연의 모습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두려움과 용기, 이기심과 이타심, 성숙함과 어리석음, 빈곤과 부의 축적 기타 등등
1등 국가라고 자부하던 미국이나 영국 유럽연합들의 굴욕적인 방역 대체나 미숙한 시민의식에 비해 빛났던 우리의 투명하고 체계적인 방역과 높은 시민의식에 무한한 감동과 자긍심에 위로받던 일.
자랑스러웠던 k방역을 믿고 21대 총선을 치렀고 더불어 민주당이 180석이란 압도적 승리를 거두어 기뻤던 날들.
미숙한 부동산 정책과 미친 집값 폭등으로 집을 가진 자는 평생 놀고먹어도 남을 부동산 재산을 보유하게 되었고 갖지 못한 자는 평생을 일해도 집을 마련할 기회를 박탈당해 버린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벼락부자라는 말은 있었지만 벼락 거지라는 말이 탄생되기도 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 생각한다.
조국 사태를 보면서 대통령의 통치력을 주시하게 되었고 윤석열 총장의 진심을 의심하게 되었다.
세 사람 다 내가 좋아했던 인물들이다.
아쉬움, 아픔, 분함, 믿음에 대한 배신, 선택적 정의 등에 대한 심한 인간적인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검찰개혁은 꼭 필요하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혁명이야 총칼을 휘두르면 되지만 개혁의 대상자는 목숨 걸고 저항할 것이고 거기에 대응하는 최고의 무기는 개혁주체가 흠결이 없어야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흠결 없는 사람을 어디에서 구하나, 거기에 능력까지 있어야 하는 사람.
윤향미 사건
시민운동가의 비리와 현주소에 의문을 제기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
참 어이가 없다는 말로 대신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추한 싸움
사람의 혀가 화를 불러온다. 아무리 옳은 말도 태도가 불손하면 비난을 받는다.
1년간 ~~~~
공수처법 통과
필요하지만 불완전한 법이다.
진보의 몰락이라고 회초리보다 몽둥이를 들고 싶지만 후퇴로 양보하는 애정을 아직은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2020년은 뜻깊고 좋은 일이 많았다.
2000년도 이후 20년 만에 연말 정산에서 진심으로 감사하며 웃을 수 있는 해였다.
20이란 숫자가 겹치는 눈 호강은 덤이다.
아들의 연인이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오게 된 일이다.
그것도 카이스트에 교수로.
아담한 체구로 오랜 외국 생활로 향수병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치더라도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제는 부모형제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랑 많이 받을 일만 있기를 바랄 뿐이다..
딸이 부동산의 광풍이 불기 시작과 동시에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었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마지막 부동산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정부의 부동산 하향 안정 정책을 기대했었고 너무 오른 아파트 값이 언젠가 꺾일 것이란 기대, 제법 많은 현금 보유를 하면서도 원하는 지역에 청약을 넣기 위해 기다린 결과가 행운이었고 기회를 놓쳤다면 평생 후회를 할 뻔했다..
집 내부 수리를 했다.
작년에 주방과 화장실을 개조하고 알루미늄 새시까지 했지만 많은 가재도구로 도배를 하지 못해서 칙칙했다.
상황판단에는 지식이 필요하지만 행동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을 되 내이며 인테리어 업체와 상담.
마음에 쏙 들게 도배와 베란다 칠이 완공되었다.
잃어버린 20년, 남은 20년을 쾌적한 분위기에서 부부 서로 위하며 신혼처럼 예쁘게 살며 곱게 늙어가기를 원하지만 생각보다 쉽지만 않을 것 같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모두 버리면 앞으로 남은 인생 나에게 사랑받으며 떠받쳐서 살 일만 남았다며 남편을 어르고 달래도 소복소복 차곡차곡 쌓아놓고 없앨 생각은 아예 없다.
재활용품이나 버릴 물건들의 문제는 남편과 전쟁이 진행 중이지만 이번만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라 다짐하지만 이길 자신은 없다.
코로나 19가 전국적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지만 우리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은 무사하니 이것도 감사한 일이다.
12월 31일 마지막 날
미루고 또 미루던 미장원에 갔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여자는 예쁘고 곱고 싶다.
외모든 내면이든 자기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을 때가 진짜 노인이 되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머리 손질이 끝나갈 무렵 키 155cm 전후 학생과 엄마로 보이는 중년 부인이 들어왔다.
긴 머리를 잘라 기부를 하겠다고 했다.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보낸다는 것이다.
울컥!
감정이 솟구치며 무재칠시를 떠올렸다.
중학생이냐고 물었더니 22살이라고 했다.
"마음과 행동이 예쁘니 얼굴도 동안이네요.착한 딸을 두어서 정말 좋으시겠어요. " 그녀의 어머니께도 경외감을 표했다.
어둠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스쳐가는 한 해의 마무리는 혼자 싱긋 웃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