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남편의 뒷모습

눈님* 2014. 12. 3. 02:01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오늘따라 왜 이런 기분이 들까?

넓던 어깨가 좁아 보이고 조금 처져있다.

뒷짐을 지고 걸어가는 발걸음에는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 보인다.

나는 왜 외로운 산길을 걸어가는 뒷모습을 이렇게 많이 찍었나?

그냥 오솔길이 예쁘고 에스 라인으로 굽어지는 부드러운 길이 아름답고

그 길로 걸어가는 남편의 모습을 뒤따라 가며 재미있게 찍었을 뿐인데

지금 사진에서 보니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까?

 

뒤돌아 보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걸어가네.

어느 날 홀연히 저 길로 혼자 가버리면 나는 어떡하나?

나만 남겨둔다면

외로운 길 위에 나만 황망히 서 있게 되는데

그럼 나는 어쩌란 말이냐?

그건 절대 안 돼!

난 힘들고 슬플 때는 캔디 노래를 소리 내어 부르고 푸시킨의 시를 낭독하며 슬픈 드라마의 주인공이라 생각하며 잘 극복해 왔는데.

잘 견디며 씩씩하게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도 남편이 있었기 때문인데.

매력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노후를 위한 경제력으로 나를 만족하게 하지도 못하지만 부족함 많은 나를 인정해 주고 편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무조건 내 편인 아름드리 느티나무 같던 남편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상한 상상은 말도 되지 않아.

 

앞모습을 찍자.

"김치 해보세요"

소리 지르고 웃는 모습을 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