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외로움이 좋다.
가끔은 외로움이 좋다.
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릴 때쯤의 외로움은 더 좋다.
기다림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뭍 짐승들은 우리를 찾고 날 짐승도 둥지를 찾는다.
하루의 일과를 마친 가족들도 집을 찾는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나에게는 일탈이 되는 일이 있다.
일찍이 떨어져 살아온 아이들이 오는 날이다.
오늘은 아들이 온다.
아침부터 청소랑 먹거리랑 서두르며 마음이 바쁘다.
반가운 사람이 오면 버선발로 뛰어 나가 마중을 하던 조상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부부만 조용하게 살던 집안이 바쁘고 신이 나서 역으로 마중 나가는 것은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문화다.
아이들이 오면 제일 신나는 사람은 남편이다.
차 안에서부터 목소리는 평소의 톤보다 훨씬 높아진다.
공처가도 아니면서 평소에 참았던 감정을 미주알고주알 고자질이 많다.
언젠가 "너희들만 오면 아빠가 왜 저러시냐?"라고 불쾌해했더니
"평소에 힘의 균형이 엄마께로 쏠려 있었던 것 같아요.
" 짓궂은 딸의 대답이었다.
오 마이 갓!
나는 여자가 설쳐대고 거친 걸 너무 싫어하는데 내가 그런가?
살면서 감사하는 일 중에 가장 큰 것이 [훈석이랑 나리] 남매를 얻은 것이다.
누구나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야 별반 다르랴.
자라면서는 늘 자랑스러워 기쁨을 주었고
자존심을 지키기 힘든 초로의 힘없는 부모에게는 자부심을 준다.
컴퓨터가 느리고 고장이 잦다고 했더니 새 컴퓨터로 바꾸어 주었다.
이런 일로 핑계를 대지 않으면 바쁜 관계로 부모님 보러 오기 쉽지 않다는 아들의 깊은 마음
이런 아들이 있어 정말 좋다.
지방에 함께 살았으면 좋았는데 서울로 보낸 걸 후회하며 가끔 남편을 원망한다.
'함께 살았다면 공기가 귀한 줄 모르듯이 우리의 관계도 그러했을지도 몰라.'
'그리움 같은 정서적인 감정은 메말랐을 거야.'
아쉬움의 위로가 너무 감상적인 생각이 들지만 함께여서 좋았던 짧은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