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도 눈이 오나?
오월에도 눈이 오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달이 둥그레 찬 걸 보니 보름인가 보다.
사람들은 달을 보면 공연히 생각이 많아진다.
더 가까이 자세히 보려 베란다로 나갔는데 멀리 보이는 산이 하얗다.
달빛이 훤하니 또 다른 고요한 밤의 풍경이 펼쳐진다.
아카시아 꽃이다!
달빛에 산이 하얗게 보이는 것은 아카시아가 만개한 때문이다.
유리문을 열었더니 순간 코로 향기가 닿는다.
집안에도 아카시아 향기를 들이자.
베란다 문을 모두 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수해를 줄이고 민둥산을 없애려 번식령이 강한 아카시아를 뿌린 것이다.
우리가 먹는 벌꿀의 70%는 아카시아 꽃에서 얻는다고 한다.
꿀은 우리의 식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아카시아 향기 역시 정서적으로 많은 혜택을 준다.
칠곡의 신동재에서 해마다 열리는 아카시아 축제는 해가 갈수록 초라해진다는 소식이다.
몇 년 전부터 토종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낭충봉아부패병이 원인이란다.
아카시아꽃이 꿀을 머금고 향기를 품어도 벌이 오지 않으면 어떡해.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푸른 숲 가꾸기 운동으로 아카시아 나무가 벌목이 된다는 것이다.
우량 용재림 생산과 탄소 흡수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란다.
사유림의 산주들도 좋은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 아카시아 나무를 베어내는 추세라니 밀봉 업자들의 한숨이 깊어간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모든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데 꿀 값은 날개를 달 것 같다.
아까시나무의 원산지는 원래 북아메리카 지방이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아카시아’를 닮아 그동안에는 ‘아카시아’ 나무로 알려져 왔다.
종소명(種小名)도 ‘아카시아를 닮은’ 혹은 ‘가짜 아카시아’를 뜻하는 Pseudoacacia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까시나무’라는 이름을 새로 얻었다.
아까시나무는 1891년 일본인이 묘목을 가져와 처음 심었다고 한다.
민둥산이 많았던 시절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 덕분에 산림녹화용으로 전국적으로 심었다.
하지만 넘치는 생명력 탓에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며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땅을 망치게 하려고 일부러 심었다는 설도 있다.
어찌 되었던 바람결에 날아오는 아카시아 향이 좋다.
침실 창문을 열어놓았다.
오늘 밤은 아카시아 짙은 향기를 맡으며 잠이 들 것이다.
2011 05 17
아카시아의 이별. 노래/ 이영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