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혼자만의 파티

눈님* 2011. 4. 9. 00:29

일 년에 한두 번 갖는 나만의 시간

예전부터 이날은 나 홀로 파티를 즐기는 밤이다.

오늘이 그날이다.

 

젊은 남녀들의 로망이 결혼하기 전에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자유로운 혼자만의 생활이라고 한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해를 하기보다는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헌신적인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귀찮은 잔소리로 듣는 것 자체가 불효막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정의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온 지난 세월을 뒤돌아 보면 이해가 간다.

사람은 누구나 독립된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복되는 일상적인 가사 일을 주부가 도맡아 하는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가족의 일에서 떠나 나만의 시간이 얼마나 절실한 줄 모른다.

그 시간에 멍하니 앉아 있는 일조차도 나만의 행복일 수 있다.

이 글을 주부들이 보면 맞다고 맞장구를 치겠지만 혹시 남편들이 보면 많이 서운해 할 수도 있겠다.

오래전에 남편과 나누었던 대화에서 너무 이해 차이가 커서 지금도 웃음거리가 되는 이야기가 있다.

"하루쯤 나 혼자 있어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했더니

남편 왈 "2층에 있으면 우리는 1층에만 있을 테니 걱정 말고 하루 쉬라."

그게 쉬는 거냐고~~

 

황금 같은 하루의 자유시간

낮에는 가장 좋은 친구를 만나고 저녁밥은 신경 쓰지 않는다.

소원했던 사람들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상태, 시간의 여유로움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다.

마지막으로 술과 우유를 준비하고 TV 채널을 돌려가며 밤을 새운다.

다음 날은 오전 내내 늦잠으로 하루의 자유시간은 마무리를 하고 다시 또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지금까지의 일이었다.

보통은 집을 완전하게 정리 정돈을 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혼자 즐길 때가 많다.

또 어떤 날은 옷이랑 가방, 부엌이랑 모든 걸 어수선하게 내버려둔 채로 자유로움을 만끽할 때도 있다.

한 번은 제주도로 골프 여행 떠난 남편에게서 다음 날 아침에 전화가 왔다.

잠결에 전화를 받았는데 더블 부킹이 되지 않아서 일찍 와버렸다나.

대구 공항이라고 해서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분명히 저녁에 도착하는 걸로 알았고 집은 엉망으로 해 놓았는데.

 

해마다 설레게 하는 그 하루가 오늘인데 특별한 느낌이 없다.

오늘은 저녁을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걸려 온 딸의 전화로 끝없는 수다는 계속되었다.

아직은 주부 초년생인지라 혼자 있는 엄마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위로하는 것 같다.

정옥이가 들려서 땅두릅과 시루떡을 주고 갔다.

찹쌀을 섞어 만든 시루떡이 쫄깃해서 얼마나 맛있는지 저녁 식사로 거뜬하다.

여느 날이나 다름없이 TV 앞에 앉았다.

(간단한 술과 안주도 준비하고)

즐겨보던 연속극 대신 아들이 연출을 맡았다는 [명작 스캔들]을 시청했다.

사실 조금은 재미없고 딱딱할 것이란 생각을 했는데 나름대로 쉽고 재미있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려는 의도가 엿보였고

모르던 사실들을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다.

 

다른 날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신기한 생각이 든다.

일 년에 한두 번 갖는 나만의 시간인데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아쉽지 않다.

이렇게 단순하고 마음이 편해도 되는 걸까?

나이 탓인지 열정이 식어서인지 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