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샛노란 은행 잎의 낭만

눈님* 2010. 11. 19. 01:46

이제 가을의 끝자락에서 아침저녁은 완연한 겨울이다.

아침잠이 유난히 많지만 요즈음은 정상적으로 기상을 하고 출근을 한다.

젊었을 때부터 가사에 매달리지 않고 나름대로 독립된 일을 했으면 꽤 유능했을 텐데..

나이가 들면서 많이 후회되는 부분이다.

 

언젠가 딸아이가 낙서로 긁적거린 글에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꽤나 고민을 한 것을 보았다.

노희경 작가를 좋아하고 그녀의 글 속의 가족에 대한 일부를 옮겨 놓기도 하고.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게 가족이고 살을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게 가족이고 핏줄이다. 좋을 때도 있고 때로는 부담이 될 때도 있다.

 

셋째 언니와는 나이 차이는 다섯 살 밖에 나지 않지만 엄마처럼 푸근하다.

가까이 살면서 서로에게 참으로 많은 힘이 된다.

그런 언니에게 좋지 않은 일이 계속 일어난다.

음식점을 운영하는데 사람 구하는 일이 어려워 도와주지 않으면 휴업해야 할 입장.

참 이상한 일은 실업자가 많고 살기가 어려워 죽겠다고 하면서도 궂은일이나 힘이 드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

태어나서 이렇게 고생하기는 처음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이렇게는 못하겠는데 핏줄이 무엇인지......

다행히 한 달 내에 결정은 날 것 같다.

 

나에게 장점이 있다면 어떠한 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모르는 곳에 가서 봉사도 하는데~

규칙적인 생활~

노동의 즐거움~

10시 50분 아파트 셔틀버스를 타면 동네 할머니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

자신의 노후를 그려보기도 하고 지혜로움을 배우고 삼가야 할 말도 새긴다.

 

거리는 온통 샛노란 은행 잎으로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바람에 날리는 노란 잎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누가 가을을 쓸쓸하다고 하나.

고개를 들어 나무 위를 보니 은행 열매가 가지마다 촘촘히 달려있다.

나무를 흔들면 그대로 쏟아질 것 같다.

방금 떨어진 노란 은행 잎을 주웠다.

몇 개를 주워서 자세히 보니 모두가 크기나 모양이 제각각이다.

사람 얼굴이 다르듯이.

이때까지 살면서 이렇게 애정을 갖고 은행 잎을 자세히 관찰해 본 일이 없었다.

출근을 하면서 이런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것

언니가 동생에게 안겨준 가을의 행복이었다고 먼 훗날 기억할 것이다.

 

나의 노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