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토요일
특별한 일이 없어 간단한 간식거리를 챙겨 산에 올랐다.
아직은 나뭇잎이 푸르고 조금 누르스름하다.
북쪽에서 물들기 시작하니 조금은 기다려야 고운 단풍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떨어진 밤송이를 누군가가 알을 까고 밤알은 먹었는지 껍질만 까칠하게 뒹굴고 있다.
삶은 고구마를 한 입 무는데 폰이 울린다.
오늘 성당에서 행사하는 일 잊었나?
친구의 목소리다.
요즈음 정신이 없어 그만 깜빡했어. 미안~
어떡할까 망설이니 이제 그만 내려가자는 남편이 고맙다.
보통 여자들은 남편이 아내의 속 마음을 몰라주어 속이 상하는데
항상 마음을 헤아려 주는 넉넉한 마음에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00주년 되는 해
교리 공부를 하려고 신청을 했다가 그만둔 일이 있다.
언젠가 종교를 갖게 된다면 성당을 가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준비를 하고 둘이서 20여분 거리를 운동삼아 걸었다.
키가 큰 남편이랑 작은 나와의 보폭 차이는 남편의 보이지 않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남편은 늘 무심하니 나만 종종걸음으로 빠르다. 그래도 걷는 게 즐겁다.
어스름이 내리니 하현달이 보인다.
밤길을 걷는 즐거움의 하나 중에 달과 별을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성당 마당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가장자리에는 각종 음식물을 조리하고 판매하는 천막이 쳐졌고 여러 맛이 어우러진 냄새로
시장한 속이 빨리 먹을 것을 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가운데는 군데군데 식탁을 마련해 놓아 자유스럽게 식사를 즐길 수 있게 해 놓았다.
친구의 얼굴은 며칠 행사 준비관계로 피곤해 보였지만 행복해 보인다.
육개장 추어탕과 해물전을 갖고 왔다.
양심적인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정성 들인 음식이라 꿀맛이다.
청년회 총무가 합석하여 초밥과 죽을 또 가져오고 막걸리로 인사를 나누었다.
전직 현직 회장도 합세하여 성당이나 사회 얘기를 나누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이때 친구가 작은 목걸이를 주었다.
신부님께 받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목걸이인데 간절히 빌면 하나의 소원을 들어주신다고.
목걸이가 있었던 성지의 유래를 곁들이며..
이러한 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만은 믿고 싶었다.
친구와의 우정은 진실하니까.
정말로 서로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빌어주는 사이니까.
함께 한 분들의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살아가는데 기쁨을 주는 마음이 보였으니까 .
목걸이를 소중하게 포장했다.
소원이 생각났다.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하나.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불러온다는 말이 생각나다.
하나쯤 가슴앓이를 하면서 사는 게 공정하고 타인에게 덜 미안해해도 될 것 같다.
소원을 바꾸자.
언제일지 모르지만 소원을 말할 것이다.
성모님을 사랑하게 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