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벽에 어린 추억
신문지 벽에 어린 추억
추억은
아름답다.
정말 아름답다.
특히 유년기의 일들을 떠 올리면 그냥 깨물어 주고 싶도록 예쁜 추억들이 많다.
며칠 전 닭백숙을 먹으러 갔다.
가창에서 유명한 곳이다.
가창은 전형적인 한국의 작은 지형에 어울리는 좁고 예쁜 길이 많지만
계곡이 깊고 산세가 아름다워 드라이브를 즐기는 곳이다.
대구에서 팔공산 쪽이 남성적인 멋이 있는 곳이라면
가창골은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찾은 곳은 자연의 혜택을 많이 받은 곳이다.
아담한 집과 정원, 주변에는 맨드라미 봉숭아 방울꽃들이 내리는 비를 맞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비스듬히 오르막 땅에는 담쟁이가 타고 오르는 돌담이 성처럼 길게 둘러있고
돌담 아래는 정리된 장독대가 눈에 들어온다.
방사해서 키우는 수많은 암탉과 몸집이 큰 수탉의 늠름한 모습
텃밭에는 고추가 주렁주렁 간혹 붉게 익어가는 빨간 고추가 탐스럽다.
좁은 청 마루를 올라 안내된 방은 크지 않고
아담해서 가족끼리 앉기에는 딱 어울린다.
몸에 좋다고 사방을 황토로 벽을 바르고
창문과 앞문은 파리나 모기가 드나들지 않게
방충망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
우연히 위로 올려 보니 신문으로 천정을 도배를 해 놓았다.
너무 반가웠다.
이곳에서 어릴 때 보았던 천정을 보게 될 줄이야.
바로 위의 언니랑은 3살 차이가 난다.
항상 바늘과 실처럼 붙어 다니며 동생을 보호해 주었다.
공부를 할 때도 음식을 먹을 때도 노는 일도 늘 함께했다.
집에서 가장 작은 방은 잠을 자는 곳이고 둘이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그곳은 벽과 천장이 신문지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모든 게 귀하던 시절 가난한 서민들의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둘이 나란히 누워 천장에서 글자 찾기 놀이를 한다.
“대통령 어디 있지?”
"으응~못 찾겠어."
“이번에는 벽에 있는 글자 찾기다.”
“한강 어디 있지?”
맞출 때까지 하는데
미운 마음이 생기면 활자가 작은 글자를 묻고
예쁜 마음이 생기면 활자가 큰 글자를 묻는다.
50여 년 전의 언니랑 예쁜 추억들이 꼬리를 문다.
밖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고추밭, 돌담, 장독대에도~
멀리 보이는 산은 희뿌옇게 멋진 산수화를 그리고
흙 마당에 동그랗게 구멍을 만드는 낙수마저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