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만의 문화
뿌연 연기가 피어오른다.
스르르 기차 바퀴가 움직인다.
저마다 아쉬움의 손을 흔들며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도 있다.
떠나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끈끈한 정을 나누는 플랫폼
예전에 많이 보았던 추억의 광경이다.
자동차로 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기차를 이용할 때가 있다.
주로 아이들이 있는 서울 나들이가 유일한 여행이자 즐거움
지방에서 서울에 가면 갈 때마다 달라진 광경들이 조금은 위축됨을 느끼지만 아직은 전철을 탈 수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찾아갈 수도 있다.
웬만한 일은 자식들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지만 부모가 갔을 때에는 역으로 나오게 하고 아이들이 집으로 올 때는 모든 일 제치고 역으로 마중을 간다.
모르는 사람들은 어린이나 노인도 아닌데 무얼 그렇게 극성스럽게 구느냐고 하지만 오래전부터 행하여 오는 우리 집만의 문화이기도 하다.
서울에서는 시간적 경제적으로 전철을 타는 게 맞다지만 굳이 비효율적인 일을 고집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일찍 헤어져 살았고 시간적 거리적 경제적으로 자주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이 늘 있다.
잠시라도 함께하는 시간을 더 갖고 싶고 조금은 불편해도 오고 가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고 가족 간에는 이기심보다 이타심이 앞서야 된다는 것을 생활화하는 등을 이유로 꼽는다.
지난번에는 딸이 배웅을 해 주었고
이번에는 아들이 배웅을 했다.
복잡한 주차를 마치고 기어이 플랫폼까지 함께 했다.
다른 사람은 없고 안내원과 아들만 서 있는 정거장
자리를 잡고 기차가 떠나는 순간 손을 들어 끝없이 흔들어 주는 아들~
시대에 뒤떨어진 고전적인 이별이다.
"못난 놈 하랴 효도하랴 바쁘다 바빠! "
동생과 엄마가 함께 놀려도 바보처럼 착하게 웃던 아들~
고맙고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눈가가 시큰.
슬쩍 옆을 보니 흐뭇한 남편 얼굴
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