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위가 끓인 미역국

눈님* 2010. 8. 17. 15:27

 옛날에는 너무 추운 날이나 더운 날에는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가는 일은 피하라고 했다.

선조들의 배려하는 마음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요즈음은 웬만한 집이나 건물에는 냉난방 시설이 잘 되어 있지만

그래도 머뭇거려진다.

 

해마다 이맘때 더위와 싸우며 생일을 맞는다.

어머니는 많은 나이에 늦둥이를 낳으시고 더위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후회되는 일이 많지만 이제는 죄송함과 옅은 그리움만 안고 산다.

 

아들 딸 사위가 내려오는 것보다 우리가 올라가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출발~

이사한 딸의 집에서 모여 생일 파티를 했다.

날씨가 비가 오는 탓으로 실내에서 약식 바비큐 파티~

역시 터프한 사위의 기발한 이벤트로 또 다른 즐거움.

완전한 가족을 이루게 된 기쁨!

즐거웠던 일 슬펐던 일들이 일순간 스친다.

가족 간에 혹시나 오해나 서운했던 일들이 있었다면 이해 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아침에 눈을 뜨니 구수한 미역국 냄새에 엄마 생각이 난다.

연로하셨어도 생일 때에는 꼭 오셔서 백설기와 찰밥과 미역국을 끓여주시며 사랑을 주셨는데......

이제는 딸이 처음으로 엄마에게 미역국을 끓여드리겠다며 벼르고 있었다.

세월도 사람도 이렇게 흐르고 바뀌는 게 자연스러운 이치구나. 

음~ 나리가 끓이는 미역국 냄새~~

우와!

너무 맛있다.

정말로 내 입에 꼭 맞아.

"장모님 제가 끓였어요!"

 

삶이 버거워도 웃을 수 있고 행복을 느끼는 것은

자식들의 작은 마음 하나하나가 몸으로 마음으로 전해짐을 느끼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