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봉숭아 물들이기

눈님* 2009. 8. 8. 03:08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우리 부모님세대의 봉숭아는

가련하고 서러움의 꽃이었고
수줍고 애틋한 사랑의 표현이기도 했다.
빨강 주홍 분홍 다홍 보라 하양...
예쁜 주머니에 사랑의 열정 가득 담고..


여름이면 꼭 하고 싶은 게 봉숭아 물들이기다.
조금은 별난 취미라 하겠지만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요즘에는 각양각색의 매니큐어가 화려하고 편리하지만
난 굳이 봉숭아를 고집한다.
사랑하는 어머니 언니들이 물들이던 어릴 적의 추억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고사리 어린 손에 무명실 매고 잠 설치던 어린 시절~


휴가 때 구해왔던 봉숭아로 어제 물을 들였다.
혼자서 하기란 쉬운 게 아니다.
왼손부터 하고 오른손은 오늘 했다.
한꺼번에 양손하는 것 보다 훨씬 쉽고 깨끗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물들일 때마다
아쉬움과 허전함이 함께한다.
키다리 대장이
살갑게 꽃잎 얹어주고 무명실 매어주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할까.

'귀찮게 뭘 그런 걸 하노'
오히려 분위기 깨고 모양 망가뜨릴게 뻔하기 때문에 혼자 하는데
아쉽다.



세월이 조금 지나
딸이나 며느리 손녀가 싫어하지 않으면
여름이면 예쁘게 봉숭아 물들이는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