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 죽은 뒤 자연과 하나되면 족하지 않을까

눈님* 2009. 6. 21. 18:47

 

따르릉~~

일요일의 늦잠은 또 다른 나의 행복!

이 행복을 깨는 벨소리는 누구지?

비 내린 후에 풀 뽑기 좋으니 산소에 가자는 형님의 전화.

다행히 심술부리지 않고 그러자는 남편이 착해 보인다. 

 

화원유원지의 새 길과 다리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변했다.

시집와서 처음엔 이곳을 나룻배로 건너 시골을 다녔는데......

바로 보이는 화원유원지는 예전에 대구에 몇 되지 않는 소풍 장소,

화원동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낙동강은 작은 모래섬이 만들어지고

휘돌아 흐르는 물살이 햇살을 받아 곱기도 했다.

원래는 금복주의 소유였는데 강제로 시에 헌납했다는 설도 있다.

 

오랜 가뭄으로 산소의 잔디는 마르기도 했지만 잡풀은 가뭄으로 자라지 못해서 다행이다.

부모님께 절하고 정성껏 잔디를 다듬었다.

죽은 곳의 잔디를 흙과 함께 들어내고 새로운 잔디 덩어리를 그곳에 얹고 삽으로 툭툭 쳐서 밑의 흙과 어우러지도록 하는 방법이 신기했다.

오늘 밤 비가 와 주면 좋겠다. 

 

노동의 즐거움이 이렇구나.

온몸 구석구석을 시원히 적셔 주는 한 모금 물맛!

간단한 식사와 커피로 마무리.

 

형님은 죽으면 이곳에 묻어 달라고 하셨다.

화장해서 땅에 묻고 나무 한 그루만 심으면 된다고.

나도 그러고 싶고 그게 가장 좋은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묘지문화의 문제점은 모두가 걱정해야 될 일이다.

돌아가신 분께 예를 다 하는 일이지만

살아남은 자들을 위해서도 흔적은 남겨야 된다는 생각이다. 

기쁜 일, 힘든 일, 외롭고 슬플 때에는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곳.

산소, 봉안당(납골당~일본어)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지만

자연과 하나 되어 나무 한 그루 흔적이면 족하지 않을까.